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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동산지식

[경매투자] 10. 명도 - 전액 배당 받는 선순위 임차인 명도, 비밀번호 안 주는 임차인

by 아다콘다 2024. 7. 11.

 오늘은 경매의 꽃이라 불리며, 경매 과정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과정이라 불리는 명도과정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다. 사실 경매 과정 중 내가 아닌 타인의 의도가 반영되는 유일한 과정이다. 그래서 가장 어려울 수 있는 과정이라고 하는 것 같다. 물건검색, 권리분석, 시세파악, 입찰 등 다른 과정들은 오로지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 모두 다 숫자를 분석하거나, 법적, 행정 절차만 잘 지키면 별 어려움이 없는 과정들인데, 명도는 타인과의 협상에 의해 결론이 나기 때문에 나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물론, 인도명령과 강제집행을 통해 법적 도움을 받으며 진행할 수 있지만, 그에 소요되는 돈과 시간도 꽤나 큰 지출이기에 대부분 강제집행까지 가기 전, 협상을 통해 명도를 진행한다. 나 역시, 명도 과정이 어렵지 않을 것 같은 물건들만 입찰을 했었고, 실제로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쉬운 수준의 명도 과정임에도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었고, 그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다.

 

 


| 전액 배당받는 선순위 임차인

" 가장 쉬운 명도케이스 - 전액 배당 받는 선순위 임차인 "

 이전 글에서 여러번 언급했듯이 내가 낙찰받은 물건에는 선순위 임차인이 있었고, 전입신고, 확정일자, 배당요구 모두 깔끔하게 진행한 임차인이었다. 당연히 경매비용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배당을 받는 채권자였고, 낙찰가가 작지 않았기에 충분히 전액을 배당받는 임차인이었다. 본인의 보증금을 온전하게 돌려받기에 명도가 가장 깔끔하고 순조로운 경우라고 할 수 있다.

 

| 이미 집을 비운 임차인

" 낙찰 후, 사건열람. 임차인 연락. 낙찰 물건 확인 "

 낙찰 후, 사건기록열람을 통해 임차인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고, 매각허가가 떨어지기 전에 집 내부 확인을 요청하며 첫 만남을 가졌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성이었고, 흔쾌히 집을 보여주었으며, 나 역시 임차인이 전세금(배당금)을 빠르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임차인은 이미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한 이후였고, 집은 아주 조금의 짐만 남겨둔 채, 이미 비워져있었다. 사실, 임차인이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을 비워서는 안된다. 하지만 나도 이 내용으로 굳이 트집잡을 이유가 없고, 오히려 공실상태인 것이므로 좋게 생각했다.

 

 집을 확인 후, 바로 부동산에 방문하여, 예상 명도 시기와 집 수리 상태등을 알려주고 매도할 계획이라며 연락처를 남기고 왔다. 이미 집도 비워져있었기 때문에 난 빠르게 명도를 마친 후 바로 매도할 계획이었다. 매각허가만 떨어진다면, 임차인에게 명도확인서를 전해주고 비밀번호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었고, 나의 조급함으로 인해 작은 잡음과 스트레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 명도확인서와 물건인계 동시진행

 " 이사일에 명도확인서와 집 열쇠 동시 교환 "

 보통 전 소유주 및 임차인이 이사를 나가는 날, 집이 완전히 비워져있는 것을 확인한 후, 낙찰자는 명도확인서를, 점유인(전 소유주 또는 임차인)은 집 열쇠나 비밀번호를 내어주며 동시진행으로 명도를 확인한다. 만약, 이사비를 주기로 했다면 이 때, 집 상태를 확인한 후 이사비와 함께 명도확인서를 주면 된다. 그 사이 집에 발생한 하자는 없는지, 미납관리비는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임차인이 이미 이사를 나가서 집이 비워져 있는 상태였고, 임차인이 관리비도 미납없이 납부하고 있었기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내가 일찍 명도확인서만 전해주면, 임차인은 당연히 비밀번호를 넘겨줄거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부동산에서 매수인이 나타났다고 연락이 왔고, 매수 예정인이 원하는 계약일자와 잔금납부 시기가 비슷하여 바로 매도를 하기로 했다. 내 계획은 매각허가 후, 바로 명도를 완료하고, 매수 예정인에게 집을 확인시켜준 후 잔금대금납부와 계약을 바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 조급함에서 오는 스트레스

 " 낙찰자와 임차인의 다른 입장 "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임차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내가 빨리 명도확인서를 준다고, 임차인이 바로 비밀번호를 넘겨줄거라는 건 착각이었다. 임차인은 전세보증금(배당금)을 돌려받기 전에는 절대 비밀번호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사실, 임차인은 굳이 명도를 빨리 해줄 필요 없긴 하다.

 

 그래서 매각 허가 후, 미리 비밀번호를 넘겨주면, 명도확인서와 함께 50만원 정도의 이사비를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임차인은 더 큰 금액을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전액 배당을 받는 임차인에게 이사비를 줄 생각이 없었지만, 빠르게 매도를 진행하고 싶은 마음에 소액이지만 이사비를 제안했었다. 하지만 임차인은 완강했고, 나 역시 굳이 안써도 될 돈을 쓸 필요는 없었기에 잔금납부 및 등기까지 완료한 후 명도를 진행하기로 했다.

 

 

 " 보증금 받기 전까진 못 줘 "

 잔금납부 및 등기 후, 임차인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이제 명의도 변경되었고, 명도확인서를 줄테니 비밀번호를 넘겨달라고 했다. 이 명도확인서가 있어야 배당금을 받으실 수 있다고 수차례 안내를 해봤지만, 임차인은 자기가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어디있냐며, 보증금을 받기전에는 안된다고 했다.

 

 알아보니, 임차인 말대로 배당기일에도 이의신청이 가능하며, 만약 이의신청이 있으면 배당이 또 연기될 수도 있다. 임차인은 이러한 부분을 불안해한 것 같았다. 오히려 임차인은 배당일에 같이 법원에 가서 배당금 수령 후, 함께 집 상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후에 비밀번호를 주면 되지 않겠냐며 제안했다.

 

 

" 집을 보여달라는 매수예정인 "

 사실 매수인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집을 사고 싶다며 보여달라는 사람이 나타났고, 보여줄 수 없는 내 상황이 애가 탔다. "다른 집을 계약하면 어쩌지", "이 사람 놓치고 한 동안 매도가 안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며,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내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임차인은 보증금을 받기 전까지 대항력이 유지되므로 함부로 문을 개방해서는 안된다. 집을 비우긴 했지만, 소송이나 별도의 절차까지 진행하게 되는 것도 내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결국 임차인에게 한번 더 집을 보여줄 수 있냐고 연락을 했고, 의외로 임차인은 흔쾌히 집을 보여주었다.

 

 집을 본 매수 예정인도 마음에 들었는지, 배당일에 계약을 하자고 했다. 임차인도 나름 배려를 했다고 생각하여, 앞으로의 관리비는 내가 납부하겠다고 했다.

 

 


| 계약 취소 후, 되찾은 평정심

" 결국 계약 취소, 야속한 임차인 "

 하지만, 매수 예정인은 가족과 함께 한번 더 집을 보고싶다고 요구했다. 임차인은 이를 거절했으며, 나 역시 임차인에게 계속 이런 부탁을 하는 상황이 불편하긴 했다. 오히려 임차인은 자긴 충분히 배려해주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연락하지 말라며 면박까지 주었다. 이미 집을 비워 대항력을 잃을 수 있는 임차인이기에 마음속으로는 법적 싸움까지 진행중이었지만, 굳이 송사를 만들진 않았다. 하지만 매수인이 마음을 바꿀 것 같아 계속 불안해졌고, 배당기일도 잔금 납부일의 40일 후로 잡혔다. 결국 그 사이 매수예정인은 마음을 바꾸며 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고, 비밀번호를 건네주지 않은 임차인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명도를 빨리 끝내려는 건, 빨리 매도하려는 내 욕심일 뿐, 절차대로 배당금 수령과 명도를 동시에 진행하려는 임차인의 생각이 더 맞는 방향 같았다. 계약이 취소되고 나니, 오히려 여유가 생겼고, 명도를 마친 뒤, 인테리어 후 세를 놓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빠른 매도보다 임대를 놓는게 장기적으로 더 맞는 방향 같았고, 조급해하지 않으니 전보다 마음이 편해지며 스트레스도 사라졌다.

 

"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낙찰자 "

 빠른 매도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한층 더 여유가 생겼다. 내가 굳이 저자세로 임차인에게 끌려다닐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임차인은 나에게 명도확인서를 받지않으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이미 빠른 매도도 실패했기에 정말 최악의 경우에는 인도명령 후 강제집행을 진행하면 된다. 칼자루는 낙찰자가 쥐고 있는 것이다.

 

 나도 임차인에게 좋은 감정이 있진 않았다. 이미 집도 비웠고, 협의하에 충분히 명도를 앞당길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마지막 메세지에서는 면박까지 주는 느낌이었고, 매우 불쾌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내가 굳이 저자세로 잘해줄 필요가 없었다. 애초 계획은 배당기일에 임차인과 함께 법원에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내가 굳이 내 휴가를 써가면서까지 그런 배려를 해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그냥 알아서 하게끔 연락하지 않았다. 배당기일이 되자, 난 평소대로 출근을 했고, 임차인에게 법원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일부러 나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류 집에 챙겨뒀으니, 챙겨가서 배당금 받으시고, 비밀번호 알려달라고 답변했다. 임차인은 배당금을 모두 돌려받은 후 비밀번호를 주었고, 난 퇴근하자마자 들러 비밀번호와 집 상태를 한번 더 확인했다. 배당기일이 되어서야 어찌저찌 명도가 완료되었다.

 


 사실, 지극히 순조롭고 빠르게 진행된 명도케이스다. 배당기일에 바로 명도를 완료했으며, 이사비나 다른 비용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순조로운 과정에서도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다. 아마도 빠른 수익실현을 위한 나의 조급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임차인은 살고있는 집이 경매에 나오며 이미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당연히 모든 과정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고 가장 안전한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명도를 진행할 때는 점유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주면서 너무 조급하지 않게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반대로 너무 저자세로 끌려다녀서도 안된다. 어처피 명도확인서와 강제집행이라는 무기를 들고 있는 낙찰자가 칼자루를 쥐고 있으므로 천천히 절차대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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